[황춘홍대표_오피니언_ 컬럼] 발가락이 닮았다?

작성자
(주)다우진유전자연구소
작성일
2022-09-16 10:58
조회
627
[황춘홍대표_오피니언_ 컬럼] 발가락이 닮았다?

<사이언스 칼럼>

발가락이 닮았다?

황춘홍 다우진 유전자연구소 대표이사

국내 부부 10쌍 중 2쌍 불임 체외수정 중 부모 바뀌기도 친자·혈연관계 검사 있지만 모든 혈연관계 증명 한정적

70여년간 분단된 우리나라 이산가족 혈연 증명 위해서 유전자 정보 DB 구축 시행 인도적 차원 상봉 이뤄지길

1932년 발표된 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에서 주인공 M은 생식불능자이다. 그런 아내의 외도로 태어난 아들을 보며 발가락이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애써 믿으려고 함으로써 본인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최근 뉴스에서는 시험관 시술(체외 인공수정)로 낳은 아이가 친자확인 검사를 통해 엄마와 친자임이 밝혀졌지만, 아버지와는 친자관계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와 해당 병원 상대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6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아이 시술을 받은 50대 여성은 아이의 혈액형이 A형으로 나오자 부모 모두 B형이기 때문에 A형이 나올 수 없음을 알았으나 병원 측에서 혈액형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안심했지만 최근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체외수정(IVF) 시술 중 의료진 실수로 친부모가 바뀐 사례들이 해외에서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정말 어렵사리 출산했는데 다른 사람의 아이라면 향후 그 가정이 겪게 될 정신적인 고통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에서도 간호사가 일부러 아이를 바꿔치기해서 두 집안의 아이가 서로 바뀌게 된다. 주인공은 6년간 키운 아이가 자기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것을 알게 되며 고민과 갈등에 빠진다. 생물학적 친부모와 키워준 부모 중 누가 진짜 아이의 부모인가. 영화에서는 두 가족이 함께 서로의 아이를 돌봐주면서 가족으로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선 생물학적 친부모와 키워준 부모 사이에서 아이와 부모가 겪게 될 정신적인 충격과 많은 갈등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부부 10쌍 중 2쌍이 불임으로 인해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인공수정 후 친자임을 확인할 방법은 없는 걸까? 일반적으로 친자확인 검사는 DNA(유전자) 속에 존재하는 비 정보성 염기 부분인 짧은 연쇄 반복 STR(Short Tandem Repeat) 유전자 마커를 사용하게 된다. 부모와 자녀의 유전자를 비교해 공유하는 유전자를 가지면 친부 확률값이 99.9% 이상으로 나타났을 때 친자관계 성립한다고 인정하고, 3개 이상의 STR 유전자 마커에서 불일치가 나타났을 때는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친자 및 혈연관계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는 주로 법의학교실이 있는 대학병원에서, 민간에서는 전문 유전자 검사 기관에서 각각 수행하고 있다. 그럼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혈연관계는 어디까지 증명할 수 있는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이면 친자확인 검사가 가능하고 부모가 없으면 남자 형제 간에는 부계 확인 Y-STR 검사가 가능하며 자매 간에는 모계 확인 미토콘드리아 DNA 검사로 모계 혈연관계 증명이 가능하다. 안타까운 것은 남매 간의 경우 친남매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같음을 유전자 검사로 증명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모든 친인척의 혈연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으며 모계 및 부계 확인 등 혈연관계 증명이 가능한 경우가 한정적이다.

우리나라는 70여년 동안 분단된 국가로 오랫동안 남북이 서로 떨어져 유전자 검사를 통한 혈연관계 증명이 매우 필요한 국가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혈연관계 증명이 한정적이어서 혈연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2022년 7월 기준 남북이산가족찾기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은 13만3,647명이며 이중 사망자는 8만9,633명, 생존자는 4만4,014명이다. 생존자 중 85.2%가 70대 이상 고령자여서 이산가족 사망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에서는 고령 이산가족 사망에 대비해 사후에라도 가족 확인이 가능하도록 남한 이산가족들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약 2만5,000명 정도의 이산가족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2022년에는 1,500명의 이산가족 대상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남북 간 긴장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고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이나 서신교환, 화상 상봉 등이 전혀 없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올 추석에도 가족들의 소식을 듣지도 못하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생사도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그래서 죽어서라도 혈육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이산가족들을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 간 생사 확인과 이산가족 상봉이 꼭 이루어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출처 : 울산경제신문(http://www.ulkyu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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